Feb 7, 2010

100207 부동산 경매의 시작..




호주를 무사히 잘 다녀오는 길에..

그동안 5번도 더 읽은 '나는 쇼핑보다 경매가 좋다.' 책을 중심으로..

일본에서 구할 수 있는 온라인북을 통해 죠수아님의 책과 우형달박사님의 책을 미친듯이 봤다.


밤새 흥분해서 책을 읽고 또 읽다보면, 어느새 날이 새어 뜨는 해를 보며 밖으로 나와 담배를 피우곤 했는데,

가슴이 그렇게 뜨겁고 긴장 되는 것이 참 신기할 정도였다.


무사히 일본에서 한국으로 돌아오는 배에서부터, 내가 외국을 처음 나갔다 돌아와 객관적으로 본 한국의 모습은.. 사랑하는 조국 대한민국의 모습은..

가난하기 그지 없었다. 2010년.. 원더키디프로젝트까지 10년 밖에 남지 않았는데도 불구하고,
부산 연안부두나, 자갈치시장에 야채를 파는 할머니들..

할머니에게 다 시들어가는 무와 배추 당근을 사며, 사천원을 건네드리는데 마음이 참 아팠다.
나름 아껴쓴다고 알뜰하게 보냈던 호주생활이 얼마나 사치였는지 가슴 시리게 느껴졌다.

어떻게든 한국 살림살이에 도움이 되겠다는 각오를 가슴깊이 새기며, 첫번째 경매 사냥에 나섰다.


다행히 친척어른중에 경매를 잘 아는분이 추천을 해 준 물건이 있어서, 경험겸 공부 겸 분석을했다.

재개발구역에 있는 20평이 채 안되는 허름한 집..

남편이 사업부도를 내고, (그래봤자 조그만 가게나 장사이겠지만..) 아내 명의로 된 집이 경매로 나온 것이었다. 동생명의로 가장임차가 되어있었고 가장임차 사실을 밝혀 낼 수가 없어서 포기할 수 밖에 없었다.

가슴이 답답했다.

담배 핀 기억밖에 없는 시기였다.


그리고 이제 스스로 물건을 찾아보겠다고, 잘 하지도 못하는 권리분석을 해보며..

조금 마음에 드는 원룸을 두건 찾고, 임장을 나섰다.

당당하게 자신있게.. 라는 생각과는 달리..

현실은 완전 달랐다. 아파트 안까지 들어가서 세입자를 만날 용기가 나질 않아 문앞에서 벨 누를 생각만 수만번.. 결국 용기가 없어서 그냥 돌아서는 발걸음은 참 무거웠다.

그래도 용기를 내어 어렵게 쥐어짜낸 용기로 부동산에 들어갔다. (내가 이렇게 소심했구나..)

'저...' 하고 내가 입을 열자.. 귀찮은듯한 직원이 나왔다.

'아.. 예? 무슨일로?'

'경매를 처음하는데.. 이건으로 좀 엽쭤보고 싶은게 있어서요..'

주섬주섬 출력해 온 유료경매사이트를 꺼내드는 스스로가 참 초라하게 느껴졌다.

경매를 처음한다는 말은 왜 꺼낸걸까.. 어떻게 말을 시작했으면 좋았을까..

뭘 물어봐야하는걸까..


머리가 하얗고 세상은 노랳다.


다행히 경매컨설팅도 겸업으로 하고있었는지 시세나 매물, 경매에 대해 조언을 해주시는데 어찌나 감사하던지..

한가지 알게 된 것은... 경매 경락율이 95%를 상회하는 것이 보통이니.. 급매물이 더 저렴하고, 사실상 가격이 오르기 시작하면서 매물이 없다는 거였다.

그렇게 한 곳을 더 들러 시세를 파악하고 돌아서는 길이 참 쓸쓸하고 처참한 기분이었다.

경락율이 95%~105%라... 나 경매 왜 하려고 하는거지?..

돌아오는길에서부터 아무리 생각해봐도 내가 가진 돈으로 수익을 만들수가 없었다.

6000만원에 세입자 보증금 1000 대출 4000 받고, 1000을 낸다.

등록수수료 200에 명도비 + 이사비 50 은 어떻게라도 맞추고..

월세 30에 대출이자 20만원빼면 10만원 남는구나..

1250 썼으니까.. 연간 120만원 월세수입하면.. 딱 10% 정도네..


집값이 두배씩 뛸 그런 지역도 아닌데.. 5000만원에 낙찰 받는게 아니면 시세차익도 없고 수익성도 없네..



마음이 더 힘들어진 것은 은행을 방문한 후였다.

현재 고객님께서 일정한 수익이 없으시고, 재산도 없으시기 때문에 경락잔금이라해도 대출이 되지 않습니다.

...


비참한 심정이었다.

다 그만두고 일단 일본에 가자는 생각만 자꾸 들었다.

그래 가서 열심히 딱 1년만 일해서 돈 많이 벌어오자! 와서 다시 부동산일을 전업으로 멋지게 시작해보자..



그런데 자꾸.. 남자가 칼을 뽑았으면 무라도 썰어야 한다는 말을 리타에게 일본어로 설명해주던 기억이 떠올랐다. 나 이렇게 쉽게 포기하는 남잔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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