Jul 10, 2010

100710 일본 지하철티켓기계가 티켓을 먹었다?



오늘 서점에 다녀온 후에 리타와 전화를 하다가..

리타 : 전에 일본에 있을때 혼자 키치죠지에 갔다 온적이 있었잖아?

쥬드 : 응..

리타 : 그때 티켓발매기가 티켓을 먹었다? 라고 했던것은 아무리 생각해도 너무 귀여워 ㅠㅅㅠ..

쥬드 : 응? 아.. 그거

리타 : 그건 너무 재밌는데, 블로그에 쓰지 그래?



아..

재밌었던 기억이 하나 있어서 일본일기의 속편을 쓰고 있습니다.

나이를 먹으니 망각의 속도가 광랜을 탔는지, 삶이 무던히도 짧게 느껴지는 요즘입니다.


일본에 갔을때는 아무래도 전혀 계획도 준비도 예상도 못한채였기 때문에,

일본어라든지 준비가 전혀 안돼 있었습니다. 그래서 난생처음 해외로 나가는건데도 불구하고, 많은 부분 스스로의 힘으로 헤쳐나가는 재미를 만끽하지 못하고,

리타의 손을 잡고 어린아이마냥 이리저리 끌려다니기만 했죠 핸드폰도 없어서 혹시 인파속에 손이라도 잃으면 집으로 혼자 돌아오는 것도 무리! 리타의 핸드폰번호와 집주소를 적어서 항상 지갑에 넣고 다녔습니다.

그러던 어느날..! 제가 혼자서 키치죠지라는 조그마한 번화가에 갔다 오겠다! 라는 모험을 감행한 것입니다!

간단한 목표가 있었던 것으로 기억되는데 그 목표가 무엇인지 전혀 기억이 나질 않네요..

키치죠지는 제가 머물던 무사시사카이로부터 지하철로 3구역 정도면 갈 수 있는 굉장히 비교적 간단한 곳이었기 때문에 들 뜬 마음으로 가고 있었어요.

하지만 간단한 한자도 모르고, 일본어 실력은 완전 엉망진창인 제가 혹시 나쁜사람이 사탕사준다고 하면 쫓아가버릴지도 모를일이고..(;;) 하는 위험이 도사리고 있었답니다.
그래도 자주 이곳저곳 리타와함께 돌아다녔던 기억을 더듬어 무사시사카이지하철역까지 찾아가서!

당당하게 티켓발매기 앞에서 돈을 넣고 '키치죠지'를 눌러서 티켓을 발매했습니다.
그리고.. 거스름돈을 받고, 톨로 가다가 문득 톨 앞에서 티켓이 없다는 것을 깨달았습니다.
'응? 흘렸나?' 몸을 뒤져봤지만 티켓은 없고, 당시 일본돈에도 아직 적응이 안되었고 이것저것 신경 쓰는 수준이 유치원생이 유치원가는 수준이었던 저는 발매기에서 티켓을 가져오지 않은것을 깨닫고 발매기로 뛰기 시작했습니다.

발매기에 도착하니 티켓이 머리를 내밀고 있는데, 이게 왠걸? 제가 티켓을 뽑으려하니 갑자기 티켓이 기계속으로 쏙 들어가버리는 것이었습니다!!!!

눈앞에서!!! ㄱ- ;

조금 기다리면 다시 나올까? 왜들어갔지? 뒷사람이 티켓을 사야하니까? 그럼 어쩌지? 10초간 앞에서 생각하던 저는.. 왠지 누르면 일하시는분이 튀어나올 것 같은 버튼을 찾았습니다.

그리고 조금 긴장되는 마음으로, 버튼을 눌렀더니 허걱! 이게 왠걸..

그 발매기가 일렬로 주욱 나열되어있는 가운데, 발매기에 조그마한 문이.. (사람 손이 겨우 들어갈정도의 크기) 열리더니 웬 눈이 저를 쳐다보는 것이 아닙니까!

'헉! 기계속에 인간이 살고있다!!'  

제일 위에 있는 사진은 오래전에 인터넷에서 봤던건데 그 순간 저 사진이 떠오르더군요;;

그분이 일본말로 "야 뭐야? 나 바쁜데 왜 누르고 그래? 용건을 말해 빨리!" 라는 듯한 말을 한 것 같은데..
당시 제 일본어 실력으로 이해는 전혀 안돼고, 당황한 제가 저의 짧은 일본어로..

'내가 이 기계에 돈 넣었어 근데, 이 기계가 티켓 먹었다.' 라고..

'Ticketを たべった’ 라고..했어요..ㅠㅅㅠ...

그분이 '얼마짜리야?'라고 물었었나.. 잘 기억이 나지 않지만,
제가 '140엔..' 이었나? 여튼.. 금액을 말하자.. 그분이 확인하고 티켓을 그 조그마한 문으로 건네 주셨어요.

나름 저는 굉장히 기분이 좋았던 상태였기 때문에..(처음 혼자 일본거리로 나간거라서..) 재밌는 에피소드에 조금 웃기기도 하고, 놀라기도 하고 멍한 상태였지만 웬지 돌아와서 리타에게 말해주니 웃기도하고 걱정도 해주기도하고..

여튼 '티켓발매기가 티켓을 먹었다.'는 표현은.. 아직도 일본어로 말할 수 없는 고난위도 표현입니다. ^^

리타가 유독 '먹었다.'라는 한국인의 표현에 재미를 느끼는 이유는..

리타의 한국말 공부중에 한국인이 '먹었다'라는 표현을 즐겨 쓰기 때문인데요,

예를 들면 .................... 뭐가있더라... '글러먹었다.' 던가..;; 이런건 안물어봤었지만,

아! 기억났어요. '잊어 먹었다.' 라든지.. 하는 A + 먹었다 형의 표현이 많아서 매번 물어보기 때문이에요 ^^

일본말에는 '잊어 먹었다.' 라는 표현이 없거든요?

우리는 자주 사용해서 어색함을 못느끼는 표현 외국인은 선뜻 이해가 되지 않는 표현중의 하나인데 재밌지 않나요? ^^

아마 리타는 A+먹었다 는 표현을 배울때마다 매번 이번 에피소드를 떠올리며 웃을 것 같네요.

공부 하는동안 참 즐겁겠어요 ~ (ㅠㅅㅠ ㅋㅋ)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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