Feb 6, 2009

08년 12월 29일 호주 상륙!

결국 나는 24살에 호주에 도착했다.


짧은 인사를 나누고 비행기에서 만난 꼬마숙녀와 헤어지고 나니 마음이 산뜻했다.

날씨도 굉장히 좋았다. 정말 좋은 시작이었다.

그리고 미리 예약한 집으로 가기 위해 버스를 타는데, 생각보다 그리 어렵지 않았다.

버스기사가 아저씨가 안에서 티켓판매를 하는데, 참 여유있고 이색적이게 다가왔다.

창밖에 각양각색의 아름다운 집들이 스쳐지나가고 넋을 잃고 있으려니 어느새 버우드에 도착했다.

그리고 나는 맵을 꺼내서 케리어를 끌고 머물 집을 향해 한참을 걸었다.

이윽고 30분 정도 지났을까... 나는 주소가 잘못됐다는 것을 깨달고 다시 스트라스역을 향해 걸었다.

햇빛이 꽤 뜨거웠고 공기가 건조했다. 낯선 공기...

스트라스에 도착해서 전화를 하려고 하는데 동전이 없었다.

그래서 처음으로 호주돈을 사용해보기로 하고 가게에서 5달러를 내고 음료수를 샀는데, 거스름돈을 모두 동전으로 받아서 조금 이상하다고 생각했다.

바로 옆 공중전화 앞에서 동전을 헤아리던 나는 순간 당황했다.

50센트 20센트 몇개가 보였는데 음료수 하나를 사고 받은 거스름돈 치고는 너무 작았다.

혹시 내가 영어를 못하니까 가게 점원이 나를 속이고 거스름돈을 작게줬나 하는 생각이 들었다.

기분이 너무 나빴는데 그 순간 신기하게도 나는 다시 돈을 받으러 가야겠다는 생각을 할 수가 없었다.

만약 내가 틀린 것일 수도 있고, 그 사람이 나를 속였더라도 내가 영어를 잘 못한다는 사실과 완전히 낯선 곳 낯선 사람들 속이라는 사실에 나는 몹시도 소심해졌다.

그리고 몇번이고 다시 제자리에서 동전을 셌다.

그리고 다시 천천히 보니 20센트보다 훨씬 작은 구리빛 동전에 1$ 라고 적혀있는 것이 아닌가!

그리고 그것보다 더 작은 동전은 2$ 라고 적혀있었다...

맙소사.... 한국에선 구리빛 작은 동전이 1센트 인데...

한국에서도 미국에서도 지폐여야 할 1$ 가 여기서는 동전이었다.

그렇게 가치가 없는걸까...

어쨌든 나는 공중전화기에 1$를 넣고 예약해둔 집에 전화를 했다.

근데 말도 한마디 못했는데 전화가 금방 끊겨버리는 것이 아닌가!

ㅠㅅㅠ 돈이 부족했나보다 생각하고 2$를 넣고 다시 전화를 했다.

2$도 순식간에 사라졌지만 곧 데리러 온다는 얘기를 듣고는 안심이 됐다.

처음 찾아 간 곳이 잘못된 주소라는 것을 알았을 때 부터 내가 느꼈던 두려움이 사라지는 것이 느껴졌다.

아무 계획도 지식도 아는 사람도 없이 왔는데 예약해 둔 집에 있는 사람들을 못만난다고 생각하니... 당장 어떻게 살아야 할지 막막했기 때문이다.

어쨌든 잠시 기다리니 3명의 형이 데리러 왔는데, 그들을 보니 왠지 불길한 느낌이 들었다.

잠시 휴대폰 매장에 들렀다가 핸드폰을 구경하고 집으로 갔는데 집이 완전...

아기유령 캐스퍼의 집이었다.

그 순간부터 시드니에 대한 아름다운 환상은 사라지고 나는 어두운 현실을 생생히 마주할 수 있었다.

너무 피곤했기 때문에 샤워를 하고, 방에 들어가보니 방은 그나마 조금 나았다.

낯에도 빛이 들어오지 않는 어두운 복도에 구석구석 무서운 한국 사람들이 어슬렁 대는 그 집은 내가 빨리 적응해서 탈출하는데 훌륭한 동기부여가 되어주었다.

샤워를 하고 짐을 정리하는데, 같은 방을 쓰는 형이 이 집과 주인에 대한 끝도 없는 주의해야 할 점과 나쁜점에 대해 이야기를 해주었다.

정말 버스를 타고 오는 길에 봤던 수없이 많은 그 아름다운 집들은 얼마나 비싸길래 한국인들이 이런 집에서 살고 있는걸까 하는 생각에 쉽게 잠을 이룰 수가 없었다.

저녁에 상쾌한 기분으로 다시 길거리로 나왔더니 곳곳에 한국어로 된 한국인 가게들이 보였다.

이곳은 한국인타운으로 외국인보다 한국인이 많다.

길거리에서 들려오는 다정한 한국어들이 나를 빨리 떠나가라고 부추기고 있었다.

낯설고 아직 아무것도 모르던 때라 알지 못했다 왜 한국인들이 저렇게 모여 사는지를...

간단히 쇼핑을 하고 옆방에 있는 형들과 함께 와인을 마셨다.

그 형들은 1달정도 그 집에서 계속 머물면서 호주에 적응하기 위해 일자리를 찾아보고 있었다.

국제금융위기 때문에 일 찾는 것이 쉽지 않다고 들었다.

그리고 완벽하게 영어를 쓰지 않았고 내가 영어로 얘기를 하니까 영어를 쓴다고 뭐라고 했다.

영어를 쓰지 못한다는게 굉장히 답답했지만 다행히 내 방에 있는 동생은 영어를 쓰고 싶어해서, 우리는 몰래 우리끼리 영어스터디를 할 수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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